[왜 핀테크죠] 개인도 엔젤투자 해볼까

잘 나가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법

 

“스타트업 투자만큼 수익률이 많이 나는 것은 없습니다.”

 

예전에 한 스타트업 투자자에게 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흔히 알고 있는 투자방식인 주식도 아니고 채권도 아니고 펀드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산관리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아니고, 왜 어려운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까 궁금했다. 스타트업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그만큼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직 서비스가 만들어지지도 않은 스타트업이나 벤처회사를 발굴해야 하고, 투자한 후에도 그 회사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10곳을 투자해서 1~2곳이 성공하면 대박이라고 한다. 그만큼 투자 후 성공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확률은 낮다. 하지만 보통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기업은 스타트업 한 곳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투자를 한다. 그 중 한 곳이 성공을 하면 그 수익률은 사실 어마어마하다. 초기 투자의 경우 10억원이 채 안 되는 경우가 많으며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공적으로 인수합병(M&A)을 하는 경우 몇 백억에 매각되기도 한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만, 높은 수익률을 꿈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솔깃한 투자방식이다.

 

성공

 

하지만 이러한 투자방식은 일부에게만 한정돼 있다. 억 단위의 투자자금을 보유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이 경우엔 기존에 네트워크가 없다면 투자금을 필요로하는 스타트업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엔젤투자사이나 벤처캐피탈에 펀드 형식으로 투자금을 맡기는 방식이 있다. 엔젤투자기업에 투자금을 맡기기 위해서도 억 단위의 투자자금이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에 보다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타트업들도 기존 엔젤투자사가 아니라 소액으로 쉽게 투자금을 모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자금조달방식이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이다.

 

크라우드펀딩은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활동이나 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목표액과 모금 기간을 정해 인터넷상에서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국내에는 대표적으로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등이 있다.

 

 

 

 

오픈트레이드에서는 엔젤투자사와 같은 ‘대박’ 성공 사례가 한 차례 있었다. 오픈트레이드는 주식형 크라우드펀딩으로 개인투자자들이 주당 일정 금액으로 지분을 인수하고 향후 매각할 수 있는 형식이다. 블로거 플랫폼 스타트업인 ‘비씨엔엑스(BCNX·현 위드블로그)가 2012년 오픈트레이드를 통해 투자금 5억원을 유치했다. 당시 개인투자자들은 주당 2만8500원에 주식을 매입했다.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감하고 1년 반 후 비씨엔엑스는 옐로모바일에 320억원에 인수됐고, 당시 주당 가치는 40만원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약 14배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었다.

 

크라우드펀딩은 이처럼 스타트업 투자 뿐 아니라 문화공연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품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등을 위해서도 진행된다. 형태도 다양하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도 있고 대출투자형, 기부형, 후원형 등도 있다.

 

하지만 모든 투자가 그렇듯 마냥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엔젤투자사의 심사역들은 투자할 스타트업들의 재무구조, 사업성, 팀원구성, 아이디어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어떤 회사가 잘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도 마찬가지다. 향후 투자금을 돌려받지 않는 기부형이나 후원형이 아닌 수익율을 어느 정도 염두하고 투자하는 지분투자형이나 대출투자형인 경우 투자하는 회사에 대해 자세하게 분석을 해야 한다. 원금보장이 안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 그럴듯한 아이디어로 투자자들을 속였던 사례도 있다. 맹물을 컵에다가 넣어서 마시면 첨가물이 없어도 음료수 맛을 낼 수 있다는 ‘더 라이트 컵(The Right Cup)’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목표금액의 900%에 육박하는 모금액을 모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컵 제조사는 투자자들에게 제품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주문한지 2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받지 못한 투자자들도 있으며, 심지어 제품을 받은 사람의 리뷰를 보면 이 제품의 기능은 거의 ‘사기’에 가까웠다.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사기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투자자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한 기업에 1년간 2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으며 개인 한도액은 연간 50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 주목을 받았던 것에 비해 시장이 크게 성장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은 투자자에겐 투자방식의 선택권을 넓혀주고 스타트업들에겐 자금조달 방식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점에서는 유용하다. 요즘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마다 투자받은 스타트업들의 상황을 자주 알려주고 보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 투자자들과 소통채널을 늘리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스타트업이나 새로운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다면, 기업 분석에 일가견이 있다면, 크라우드펀딩에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좋은 재테크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미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이데일리에 입사해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에서 취재를 하고 글을 썼다. 2016년 카이스트 MBA 졸업하고 2017년 여름부터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 및 편집 등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