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리얼 경험기] #4화 우리 대본대로 하면 돈 나옵니다! 대출 범죄 영화 이 실제있다?
“고객님, 연체만 없으시면 낮은 이율로…”, “이번에 대출 조건이 완화되어…”
거의 누구나 대출 권유 전화나 문자를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런 상담을 받은 이력이 차고 넘치는 필자의 경우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반복되는 대출 전화에 시달린다. 한때는 어떻게 이 전화들에 답할까 고민까지 하여 여러 방법들을 실험해보기도 했다. ‘이들도 자신의 업무를 하는 직장인이니까 힘들겠지’ 하며 인도주의자가 되어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거절해보려는 생각은 쉽게 깨져버렸다. 정중한 거절의 말을 하려 하면 이미 눈치를 챈 상대가 먼저 툭 끊어버려서 기분이 상하기 수 차례, 심지어 육두문자를 주고받은 적도 있다. 결국에는 그냥 바로 끊어버리는 것이 서로에게 제일 낫다는 단순한 진리를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대출 상담을 하며 수집한 고객 정보를 판매 하다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때문에 대출상담전문가 필자의 개인정보는 ‘제2금융권 및 대부업체의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먹잇감이 되어 시장에 떠돌고 있음에 틀림없다. 이쯤 되면 카드깡 대출 등 비정상적 형태의 대출을 권유하는 전화나 보이스피싱 전화도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불법적인 전화는 아니다. 대부분은 합법적으로 영업 중인 대출모집인이나 대부중개업체의 직원일 것이다.
대출 모집인, 그들은 누구인가?
대출모집인은 시중 은행,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에게 제도적으로 보장된 영업 방식이며, 모집 업무를 이들 금융기관으로부터 위임받은 수탁 법인에 소속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대부중개업은 쉽게 말하면 대부업계의 대출모집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TV광고가 여러 규제를 받게 되면서 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XX론, XX머니. XX금융 등의 수탁법인 내지 중개업체의 이름을 내세우기도 한다. 불특정다수에게 전화하거나 포탈에 검색광고를 내는 것이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영업 형태이다. 대출 관련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여 상담을 받고 대출 알선을 해주는 경우와 지식인의 대출 관련 질문에 답변과 댓글을 남기는 경우도 흔히 발견된다. 현재 대출모집인은 1만 여명에 달하며 대부중개업체도 수천 곳에 이른다고 한다.
2016년 개봉된 미생 임시완 주연의 영화 <원라인>에서도 대출모집인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를 볼 수 있는데, 온라인 카페를 통해 돈이 필요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은행을 속인다. 주인공인 평범했던 대학생 ‘민재’는 모든 걸 속여 은행 돈을 빼내는 소위 ‘원라인’ 이라는 불법 작업 대출 사기 범죄를 유쾌하게 다뤘는데, 놀라운 것은 그냥 영화가 아니라 이 소재가 2005년 실제 있었던 불법 작업 대출 방식이라고 한다. 양경모 감독은 “실제 ‘작업 대출’계 에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대부분이 실제로 대출 때문에 고생한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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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화번호로 계속 전화가 오는 이유
이들은 대출을 알선하고 해당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고 있다. 대출모집인은 한 금융회사의 모집 업무만을 위임받고 있지만 소속된 대부중개업체에서 여러 대부업체들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대출모집인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도 한다. 즉, 제2금융권의 대출모집인이 다른 기관의 모집인들과 그룹을 이루어 활동하거나 대부중개업체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기에 한 업체와의 통화만으로도 수십 개의 저축은행, 캐피탈 및 대부업체의 대출상품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대출 중개 및 알선에 있어 가장 먼저 조심해야 할 것은 불법 영업일 것이다. 보이스피싱부터 변종 영업까지 대출의 범위를 넘어선 요지경 백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다루도록 하겠다. 정상적인 대출 알선을 해주면서 일어나는 불법 행위가 수반되는 경우는 대출을 조건으로 대출자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것이다. 필자도 경험이 없던 소싯적에 대출금을 계좌로 입금받은 후 중개업체에게 수수료로 수십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상납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형태의 영업은 완전 불법이므로 수수료를 요구하더라도 절대 응할 필요가 없다. 대출 중개사는 반드시 무료로 상담을 해줘야 한다.
정상적이라면 승인이 불가능할 대출을 이들이 수완을 발휘하여 승인되게끔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소비자의 정보 부족과 어수룩함을 이용하여 수수료를 편취하는 것 뿐이다. 수수료를 요구하며 대출을 알선하는 경우 사전에 피해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즉, 대출모집인과 대부중개업체는 대출 알선 후 금융기관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들은 소비자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수수료를 잘 받을 업체에의 대출을 알선하거나 높은 금리, 장기 상환 상품을 권유할 수도 있다. 그리고 동시진행을 통한 과다 대출을 유도하기도 한다. 동시진행이라 함은 대출 정보가 통합전산망에 등재되는데 하루 이틀의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용하여 단 하루 만에 여러 군데의 기관으로부터 동시에 대출을 진행하는 관행이다. 가장 악성인 업체는 계속 대환대출을 유도하며 수수료를 챙기기도 한다. 처음부터 가장 대출자에게 유리한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고금리의 상품을 권유하여 사용하게 한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더 금리가 낮거나 한도가 더 큰 상품으로 대환이 가능하다면서 대출을 권유한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낮다고 하니 한푼이 아쉬운 소비자는 대출을 갈아타기 마련이다. 이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면 소비자의 신용등급은 하락하고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빚에 시달리게 되기 쉽다. 반면 대출모집인은 여러 번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대출알선 전화를 받고 덜컥 대출을 진행하면 안 된다. 본인이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꼭 대출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신용대출을 사용해야만 하는 경우라면 대출중개업체 이용에 꼭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출 중개업체를 이용해도 장점이 있다?
필자의 경험을 통해 합법적인 대출 중개업체를 이용하여 대출을 받았을 때 세 가지 정도의 장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첫째로는 상당한 번거로움을 덜어준다는 점이다. 수많은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그리고 대부업체를 일일이 다 검색할 필요 없이 중개업체에서 알아서 연결하여 대출신청을 대리해 주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수고를 덜게 된다. 그리고 기본 서류를 중개업체 쪽에 한 번만 팩스로 보내면 되는 것도 편리하다. 이후 중개업체에서 각 금융 기관 및 대부업체에 대신 서류를 보내준다.
다른 장점으로는 실력 있고 양심 있는 중개업체를 통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낮은 금리로 더 높은 한도의 대출을 승인받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중개업체 직원들은 여러 금융사의 여러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정보를 갖고 있으며, 실제 고객들과 대출 진행을 해보며 경험적인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처음 대출을 진행할 때 중개업체 상담사가 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래도 대출을 처음 할 때에는 심사 과정에서의 긴장감 등으로 불안하기 마련이다. 좋은 중개업체 상담사는 진행상황과 예상 질문, 요령을 알려주며 대출신청자를 안심시켜 주기도 한다.
대출에도 순서를 꼭 지키자.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안정적인 소득 활동을 하고 있고 여타 채무도 많지 않아, 충분히 1금융권 대출이 가능한 상태에서, 대출 알선 전화의 꼬임에 넘어가서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의 대출을 덜컥 쓰게 되는 것이다.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위해서는 신용대출 시 반드시 제1금융권 대출을 우선 고려해야 함을 유념하자.
1. 은행 대출이 최우선이며 그 다음이 2. 카드론, 그 다음이 3. 현금서비스이다. 다만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는 신용 등급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며 반복 사용 시 신용 등급이 내려가 금리가 상승할 수 있으므로, 때에 따라서는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상품보다 유리하지 않을 수도 있다.